'따로 또 같이'
어쩌다 이 번 제주도 여행을 하게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지난 대화를 검색해보았다.
8월 초, 무리 중 두 명이 비슷한 일정으로 제주도에 있었다. 한 명은 출장 후 개인 여행, 한 명은 가족 여행.
'좋겠다, 제주도'라는 나의 말에 누군가 '제주 투게더 어게인'하자하였고, 한 두 명씩 비행기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무서운 아이들...
그렇게(?) 재작년 7월에 한 번, 올해 초 한 번ㅡ 이미 두 번의 제주를 함께한 일행들과 또 제주도를 오게 되었다.
개인 여행 중인 친구는 성산 플레이스캠프라는 곳에 머물고 있었는데, 출판사 또는 작가 이름을 딴 컨셉룸에는 책이 가득하다고 했다.
컨셉룸 뿐만 아니라, 각종 액티비티 프로그램, 펍(#스피팅울프), 카페(#도렐)를 갖추고 있는 이 곳은 최근에 굉장히 힙한 곳이여서 다른 지인들에게도 추천받은 곳이였다.
플레이스캠프의 룸들은 냉장고와 TV가 없는 대신 침대, 욕실, 세면대가 컴팩트하게 갖추어져 있고, 얼리버드 가격 기준 3만원이다. (수건, 샴푸, 린스, 드라이기도 있고, 하루 한 통씩 생수도 제공한다.)
다시 오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다 같이 플레이스 캠프에 숙박하기로 했다. 이미 여행을 같이 한 적이 많고 일정을 똑같이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일정도 각자의 사정에 맞추고 숙박도 1인 1실로 예약했다.
나는 휴가가 여유가 있어서 항공 가격 기준으로 일정을 정했다. 대한항공 사이트 내에서는 가장 저렴한 항공권은 수요일 오후 출발, 수요일 아침 도착 왕복 50600원.
하여, 9월 25일~10월2일 총 7박
다른 일행들이 주말을 보내고 가기 때문에 숙소를 한 번 옮길까- 고민하느라 처음엔 4박만 예약했다가 결국 2박 더 예약했다.
(문학과지성 2박 + 장자크상페룸 2박 + 움베르트에코룸 2박)
마지막 날 하루는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하기로 했다. 플레이스캠프에서 6박+1박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6개 스템프를 다 찍은 후, 현장에서 룸이 있는 경우에 추가로 제공된다고 하여 확정 할 수 없기도 하였고 돌아가는 비행기가 아침 7시라, 공항 근처로 옮길까도 싶었다.
(현재시점) 결국 플레이스 캠프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하여, 총 7박 18만원에 머물게되었다.
***참고로, 플레이스캠프 모바일앱과 웹사이트가 엄~청 느리다. 공식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거나 페이지를 오가며 예약하려면 속터질 듯 ㅋ 미리 숙박하고 싶은 룸과 일정을 확정하고 최소한의 클릭과 페이지 이동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혹은 Agoda 등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도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항공권 50600원
숙박 (7박) 180,000원 (일박 25,000원. 게스트하우스/호스텔 6인실 가격으로 독방에 개인 샤워실을 향유하는 셈!)
투어비 103,000원
- 요가 (투숙객 9천원) 2회, 칵테일 만들기 클래스(술 읽어주는 늑대 2.5만원), 서핑(6만원), 동쪽마을투어(투숙객 2.16만원), 야간 오름 트레킹(용눈이 빛나용 투숙객 2.7만원)를 예약하였으나 동쪽마을투어와 오름투어는 우천 취소되었다
첫 날
오후 4시40분 비행기를 타기위해 3시20분에 사무실에서 출발하였다.
네이버 지도 검색 결과, 회사에서 김포 공항까지 소요 시간은 50분. 국내선은 웹체크인을 해두면 20분 전에만 도착하면 되는데 나름 10분의 여유를 가지고 출발하였다ㅋ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하였고, 예상 도착시간에 착륙했다.
제주 공항에서 플레이스 캠프를 오기 위해서는 1번 게이트에서 111, 112번을 타거나 2번 게이트에서 101번을 타면 된다.
내리는 순간부터 버스 시간표를 찾아보며 몇 번 게이트로 나가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두 정류장이 매우 붙어있었다 ㅋ 세 대 중 눈에 보이는 버스를 타면 될 듯. 머슥
도착할때까지만 해도 다른 일행의 상세 일정을 몰랐는데, 첫 날은 나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한 친구 한 명과 나 뿐이였다. 그 다음 날 두 명 더 합류, 그 다음 날 또 두 명 더 합류하는 것이였다.
먼저 도착한 친구는 당일 스피닝울프에서 하는 칵테일 클래스 #술읽어주는늑대에 참여한 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한참 운동만하는 다이어터라 저녁을 안 먹으면 어쩌지했는데,
일단 7시30분 전까지 9천원하는 치킨 한 마리와 웰컴드링크인 맥주 한 잔씩을 한 후,
7시30분 이후 주문 가능한 치즈 피자를 한 판 먹으며 맥주 한 잔씩을 추가하였고,
이것이 끝이겠거니 했는데 메뉴를 들어 나에게 건네길래 흑돼지튀김과 함께 맥주 한 잔을 더 하였다.
그러고도 맥주 한 잔을 더 주문하였다.
스피닝 울프의 벽면은 통유로된 폴딩도어였는데, 날씨가 좋아서 활짝 열어둔 상태였다.
휴가가 시작되었고, 날씨가 좋았고, 음식과 맥주는 맛있어서 연신 좋다, 좋다, 정말 좋다고 탄식하며 반쯤 기억나고 반쯤 가물하고, 어쩌면 기억이 안나서 기억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나누다가 다음 날을 위해 일찍(?) 들어가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ㅋ 원래는 선불 시스템인데 이 날은 어쩐지 후불로 계산한 우리는 결제액을 보고 술이 깰뻔하는데,
해피아워도 활용하였고, 웰컴 드링크 쿠폰도 두 개나 썼는데 9만 6천원이 나왔다 ㅋㅋㅋ
잠시 당황하며 혹시 해피아워나 쿠폰이 적용 안된건가 확인하였더니, 우리가 먹은 것이 맞다. 이럴 때는, 대부분, 아니 거의, 아니 항상 시스템이 맞더라고...(믿을 수 없는 카드값을 보고 카드 내역 확인해보면 전부 내가 쓴거 맞는 것과 같이...)
방에 들어가기 전에 폴 오스터 룸에 머물고 있는 친구의 방을 살짝 구경하였다. 내가 읽은 폴 오스터의 책은 '달의 궁전' 하나이고 제일 유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없었다. 갸우뚱하며 그 책 재밌는데 아쉽다하였더니 친구는 선셋파크를 읽고 있다며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달의 궁전은 나의 마지막 방인 움베르트 에코 방에서 발견되었다!!!)
폴 오스터 룸은 하나의 선반에 10~20권 남짓 책이 있다.
문학과 지성룸에 머물렀던 친구가 문학과 지성룸에는 훨씬 더 많은 책이 있을거라고 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문학과 지성룸에는 세 개의 선반에 책이 쌓여있었고, 작은 탁자 위에도 한 가득 책이 있었다. 과연 이 중에 몇 권을 읽을 수 있을까. 호로록 다 읽고 싶지만. 한 권이라도 완독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자 어느 책을 시작해야할지 너무나 고민되었다.
떠나기 전에 여행 컨셉을 자랑하는 내가, 책 많이~ 보고 오겠다고 했더니 누군가 책등을 많~이 보고 오는 거 아니냐고 해서 아니라고~~~~~~는데 ㅋㅋ 실상 책을 맞닥뜨리니 책을 선정하기도 어려웠다.
괜히 맨 위에 얹혀있던 '섹스와 공포'라는 책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내고 ㅋㅋ 다음 날 올 친구들에게 내가 먼저 발견한 숙소의 장점과 특징을 마음껏 아는 척하다가 우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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